그곳은 누군가에게 생지옥이었다.

MBC ‘구해줘 홈즈’ 제작진의 구 기지촌 클럽 희화화를 비판하며


기지촌 여성이란?

2025년 10월 31일 방송된 MBC 부동산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는 파주시 내 부동산을 ‘이색적인 리모델링용 공간’ 이라는 콘셉트로 소개했다. 출연자들은 과거 주거·상업 공간으로 사용된 장소들을 둘러보며 매물의 장점과 리모델링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주간사과 취재 결과,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상당수 장소가 과거 미군과 연루된 성범죄와 인권침해가 발생했던 곳으로 확인됐다.

출연진이 탐방한 지역은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즉 ‘용주골’로 불리는 기지촌이 위치한 곳이다. 1960~70년대 해당 지역에서는 많은 한국 여성들이 강제적·반강제적인 방식으로 성노동에 종사했다. 이들은 ‘미군 위안부‘ 혹은 ’양공주’, ‘기지촌 여성’ 등으로 불린다. (이 기사에서는 ‘기지촌 여성‘으로 통일해 부르기로 한다.)

미군 클럽 터의 모습 (사진출처: MBC <구해줘 홈즈> (2025.10.31. 방송분)

경기통계연보와 보건사회통계연보와 같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경기도 소재 기지촌들에는 평균 약 만 명의 기지촌 여성들이 있었다. 이 수치는 성병 진료자를 기준으로 집계된 것으로, 실제 인원은 훨씬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연풍리(용주골)와 같은 지역에 있었던 수만의 기지촌 여성들은 성착취, 폭력, 감금 등 구조적 인권침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기록과 구술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거부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위험한 환경에서 강제된 노동과 성적 착취를 경험했다. 특히 피해자 중에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은 이 사건의 심각성을 더한다.

SOFA 협정을 채결하는 한국-미국 관료들(사진출처: 직썰)

1966년 7월 9일 발효된 한미행정협정(SOFA) 이후, 한국정부과 미국정부는 ‘한미친선협의회’를 결성했다. 이 협의회는 기지촌 내 성판매 여성들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통제·관리하는 제도를 마련하며, 기지촌 여성들이 합법적 틀 안에서 착취당하는 구조를 공식화했다. (이전까지의 성매매가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반면, 이를 통해 합법화가 이루어졌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윤락행위방지법으로서 성매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했으나, 미군 기지 인근의 성매매 만큼은 예외적으로 허용하였다. 2022년 대법원은 기지촌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정부가 이러한 구조적 범죄를 조장했음을 인정했다. 이 판결로써 미군 위안부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의 국가폭력에 의한 범죄였다는 사실이 공식화되었다.

파주 연풍리 용주골을 낭만적으로 묘사한 방송장면 (사진출처: MBC <구해줘 홈즈> (2025.10.31. 방송분)

기지촌 여성의 고통을 희화화한 MBC

2025년 10월 30일, MBC ‘구해줘 홈즈’ 방송은 국가폭력이 일어난 현장들을 단순히 ‘외형이 아름답다’거나 ‘리모델링에 적합하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MBC가 촬영한 연풍리(용주골)는 수많은 여성들이 강제적·반강제적 성노동, 폭력, 감금에 노출된 공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미화하거나 긍정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합당하지 못한 행동이다. 주간사과 취재 결과,

MBC ‘구해줘 홈즈’ 제작진은 방송에서 기지촌 여성들과 연관된 두 곳의 장소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작진이 파주시 연풍리 일대를 탐방하며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한 여관 터(이하 A여관)였다. 해당 장소는 여러 증언과 기록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숙소로 사용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곳이다. A 여관터는 1960년대 파주 용주리에 미군기지가 조성되던 시기에 문을 연 ‘해피클럽’의 부속 건물로써 건설되었다. 여관 건물은 미군 클럽과 구조적으로 이어져 있었으며, 그 형태와 배치로 보아 클럽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내부 구조는 사다리꼴 형태의 홀에서 양쪽으로 뻗어나가며 사각형 형태를 이루고 있어, 당시 미군을 상대로 운영되던 시설의 흔적을 일부 엿볼 수 있다.

A 여관의 전경, A 여관은 해피클럽과 서로 연결되어, 이들이 밀접한 관계에 있었음을 알게 한다. (사진출처: 아워플레이스)

1960~70년대 당시 많은 미군들은 클럽에서 술자리와 파티를 즐긴 뒤 여관으로 이동해 성매매를 하는 방식으로 유흥을 이어가곤 했다. 클럽과 모텔이 연결된 공간 구조는 이곳이 미군의 쾌락을 위해 체계적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울러 기지촌 내 성착취가 아주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해당 여관은 클럽 홀과 연결된 출입구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는데. 이는 포주가 출입문을 통제하며 위안부들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미군 위안부 여성들은 여관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어 외부인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이 같은 구조적 통제는 기지촌 내 성착취가 단순한 개인적 범죄가 아닌, 체계적 관리와 감금의 형태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A여관과 그와 연결된 해피클럽의 도면 (사진출처: ‘로컬리티 인문학’ 25호 논문 ‘왜 미군 위안부는 잊혀져야 했는가?’ 60 쪽)

그러나 MBC ‘구해줘 홈즈’ 제작진은 이처럼 비극적인 역사를 지닌 A여관을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묘사했다.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해당 장소를 두고 “아름답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는 감탄을 연발했으며, 일부는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고 표현하였다. 심지어 그곳에서 출연자들이 서로 썸을 타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A여관은 과거 미군 클럽의 부속시설로서 여성들이 폭력과 감금, 성착취를 당하던 장소로 강력히 의혹을 받고 있는 장소로써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은 이 장소를 ‘감성적인 공간’으로 묘사하며 그 아픔을 지워버렸다. 때문에 이 같은 연출과 발언은 기지촌 여성들이 겪은 성착취와 폭력의 역사를 지우고, 비극의 현장을 미화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구 해피클럽의 모습, 건물 앞에 여성 종업원들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MBC <구해줘 홈즈>(2025.10.31. 방송분)

A여관 입구 옆에는 해피클럽이라는 미군 클럽의 터가 위치해 있다. MBC ‘구해줘 홈즈’ 제작진들은 여관을 구경하고서 바로 해피클럽 터를 촬영했다. ’해피클럽‘은 인근 미군기지 배치와 함께 들어 선 여러 클럽 중 하나였다. 1953년 7월 휴전협정 체결 후, 미군은 용주골 지역에 캠프 보먼트(Camp Beaumont)와 캠프 비어드(Camp Beard) 부대를 배치하고, 서부전선 휴가 병사들을 위해 제1휴양소(Recreation Center #1)를 설치했다. 이후 미군 병사들의 외출과 외박 수요를 맞추어 클럽과 여관, 성매매 업소가 속속 생겨났고, 이에 따라 관련 건축업자, 건자재상, 식재료점, 가구점 등도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용주골 지역을 단순한 농촌 마을에서 군사와 상업이 혼재된 독특한 기지촌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파주 연풍리 용주골 소재 미군기지들의 전경 (사진출처: 미제2사단 재향군인회)

1961년의 조선일보 기사는 급변한 파주 연풍리 용주골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주내면 연풍리에서 큰 고을이 되어버린 용주골은 밭고랑 위에 갑자 기 생겨난 양공주촌이요…문산 주변에 산재하던 촌락이 발전한 것도 모두 이런 까닭이다…용주골에는 미군 상대의 ‘땐스홀’이라고 할 클럽 이 삼십여개 다방이 이십여개, 양공주가 일천여명이고 나머지는 이들을 상대로 가게를 벌린 장사꾼들로 메워져 있다.’ -요즘의 내 고장 下, <조선일보> 1961년 10월 12월 기사.

그러나 파주 연풍리 용주골은 곧 극심한 인권침해와 폭력, 인종차별의 장소로 변모해갔다. 바로 기지촌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미군 병사들에 의해 성적으로 유린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해피클럽 내의 여성의 모습이 담긴 부조. 과거에 이 부조는 여성의 신체를 모방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사진출처: MBC <구해줘 홈즈>(2025.10.31. 방송분)

백일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선임연구원의 특집논문 ‘왜 미군 위안부는 잊혀져야 했는가?’에 따르면, 당시 기지촌 클럽들은 기본적으로 술을 제공하는 바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탁자·의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일부 클럽에는 기지촌 여성들의 춤을 관람할 수 있는 소규모 무대도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클럽 중앙홀은 번쩍이는 조명과 국적을 알 수 없는 장식들로 꾸며졌으며, 외벽에는 여성의 신체를 모방한 그림이나 사진, 성관계를 암시하는 조형물이 놓여져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해피클럽을 비롯한 대다수 기지촌 클럽이 미군의 성적 쾌락을 위해서 혹은 성매매를 위해서 운영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간사과는 ‘구해줘 홈즈’ 에피소드 영상에서 여성의 신체를 모방한 그림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해피클럽 터의 내부, 해당 클럽 내부에서 sofa 협정 발효 이후 최초의 범죄가 벌어졌다. (사진출처: MBC <구해줘 홈즈>(2025.10.31. 방송분)

MBC ‘구해줘 홈즈’ 제작진들이 촬영한 ‘해피클럽‘ 터는 과거 한 미군 장병의 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1967년의 중앙일보 기사는 그 사건의 참상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2월) 10일 하오 5시30분쯤 미 제2보병사단 122통신대 C중대 소속 「카라크오」(26) 일병은 연풍리 406 소재 「해피클럽」내실에서 전부터 그가 좋아하던 김현숙(22·접대부)양으로부터 동침을 거부 당한데 앙심을 품고 둔기로 김양의 후두부와 안면을 약 20분 동안이나 때려 실신시켰다. 파주경찰은 「카라크 오」일병을 일단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했으나 미군측의 요구로 신병을 미군 측에 인도했다. 한국 측이 미군을 체포, 신병을 인도한 것. -한국경찰, 미 병사 처음 체포 <중앙일보> 1967년 2월 11일 자 기사

이 기사는 어떻게 몇몇 미군들이 어떻게 기지촌 여성들을 대했는지를 알게 할 뿐만 아니라, 당시 한-미간의 불평등한 사법적 관계를 엿보게 한다.
당시 주한 미군 장병이 한국인에게 상해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다. 가해 장병은 범행 직후 미군 당국에 인계돼 미국으로 송환됐으며, 이후 미국 법정에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치는 한미행정협정(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 제22조, 즉 형사재판권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한국 내에서 발생한 미군 관련 형사 사건이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미국 측이 1차적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이 살인 미수사건은 한미행정협정이 시행되고 첫 번째로 벌어진 사건으로 역사적 중요성이 있는 사건이다. 이렇듯 한미관계의 불평등을 보여준 ‘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진 해피클럽은 역사유적으로서 기억되어야 한다.

MBC 에서 재현한 해피클럽 터의 내부, 해당 방송은 해피클럽 터를 낭만적인 장소로 묘사했다. (사진출처: MBC <구해줘 홈즈>(2025.10.31. 방송분))

그러나, MBC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는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장소를 부적절하게 다루었다, 방송은 과거 미군 클럽 ‘해피클럽’ 터를 낭만적이고 이색적인 공간으로 소개하며, 장소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연출을 선보였다. 특히 한 출연진은 1970년대 디스코 음악을 틀고 클럽 터 안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또 다른 진행자는 해당 공간을 “젊은 세대를 위한 클럽이나 카페로 개조하자”, “이 매물을 사고 싶다” 등의 발언을 하며, 상업적 관점에서 역사적 장소를 모욕했다.

이번 사태는 기지촌 여성 혹은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감 부재를 드러낸 사례이다. 이 방송에서 MBC는 공적 매체로서의 윤리적 감수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MBC가 사과를 하는 것은 물론 역사인식재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믿으며 이와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기지촌에 대한 역사교육과 연구가 확대되어 많은 시민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자료출처

(1)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기지촌’,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s://encykorea.aks.ac.kr,

(2)정혜원, 박정미, 안태윤, 임혜경, 정요한 ’경기도 기지촌여성 생활 실태

및 지원정책연구‘ 3쪽

(3)강수영, 백일순, 이승욱 ‘미군 기지촌, 용주골의 역사적 변화: 사회경제적 공간구조를 중심으로’ 『대한지리학회지』 55권 2호 (2020), 152쪽.

(4)백일순 ’왜 미군 위안부는 잊혀져야 했는가?’ ‘로컬리티 인문학’ 25호, 59쪽

(5)백일순 ’왜 미군 위안부는 잊혀져야 했는가?’ ‘로컬리티 인문학’ 25호, 60쪽

(6)백일순 ’왜 미군 위안부는 잊혀져야 했는가?’ ‘로컬리티 인문학’ 25호, 62쪽

(7)정근식 외 ’주한미군 기지촌의 유산과 여성 정책방향‘ 30쪽

(9)백일순 ’왜 미군 위안부는 잊혀져야 했는가?’ ‘로컬리티 인문학’ 25호, 55쪽

(8)백일순 ’왜 미군 위안부는 잊혀져야 했는가?’ ‘로컬리티 인문학’ 25호, 54쪽

(10)한국경찰, 미 병사 처음 체포 <중앙일보> 1967년 2월 11일 자 기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1106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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